|
사업 성공 스토리 & 아이디어
전기차 세계 1위 비야디
2016.09.28 12:36
지난달 10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소재 비야디(BYD·比亞迪) 주차타워 앞마당. 1980년대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비야디의 전기차 혁신 전략 4가지
① 모터·시트 등 전 부품 직접 생산
② 자가용·버스·화물선적차까지
바퀴 다는 모든 분야 전기차 개발
③ 기술 혁신은 542 전략으로
④연구원 1만6000명, 3만 명 목표
BYD 연구진이 리모컨으로 자동차를 호출하자 주차장에 있던 전기차 ‘e6’가 주차 공간에서 빠져나와 연구진 앞에 섰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키트’를 부르면 자동차가 등장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무선 차량 제어 시스템을 BYD가 자체 기술로 구현했다.
존 가바하 BYD PR총감은 “130년 전통의 자동차 산업 역사를 13년 만에 뒤집었다(13 years subvert 130 years history)”고 자사를 소개했다. 향후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을 전기차로 바꿔놓겠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자동차가 엔진으로 움직이는 게 상식이지만 BYD는 자동차가 전기모터만으로 움직이는 게 당연한 시대가 온다고 믿는다.
이미 BYD는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으로 올라섰다. 고성능 전기차 ‘모델S’로 유명한 테슬라모터스,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 ‘리프’를 선보였던 닛산자동차, 화려한 디자인의 전기차 ‘i3’를 선보인 BMW. 이들을 BYD가 모두 제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3년이었다.
BYD는 세계적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 BYD 지분 10%를 매입했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계속 BYD 지분 매입을 제안했지만 BYD는 “추가 자금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다”고 배짱을 내밀고 있다. 그런데 지난 8월엔 삼성전자가 제안한 5000억원 상당의 투자는 받아들였다. “긴밀한 협력 관계를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삼성의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BYD 본사 곳곳엔 혁신 DNA가 배어 있었다. BYD의 ‘신에너지차 조립공장’에선 M자로 배치한 컨베이어벨트에서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렸다. 여느 공장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지만 컨베이어벨트 끝에서 의외의 장면을 목격했다. 최종 완성된 차량이 하나가 아니라 순수전기차인 ‘e6’와 가솔린 차량인 ‘s6’ ‘s7’ 등 세 종류였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생산라인에선 한 가지 차종만 생산한다. 특히 차량 구조가 다른 전기차와 가솔린차를 똑같은 생산라인에서 만드는 건 드물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차량 개발 단계부터 똑같은 차체를 두고 순수전기차·하이브리드카·가솔린차 등 3종으로 차량을 개발하기 때문이다. BYD는 “가솔린차와 전기차 생산 비율은 당장이라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YD를 전기차 판매 세계 1위 반열에 올려놓은 혁신 전략은 네 가지다. 우선 BYD는 중국·미국·브라질·일본 등 24개 생산기지에서 사소한 자동차 부품 하나까지 직접 제조하는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을 추구한다. 전기차용 배터리팩은 물론 모터와 몰드, 계기판, 자동차용 시트까지 직접 만든다.
BYD 전기차 개발 기간이 다른 글로벌 제조사 대비 3분의 1 수준인 건 수직적 통합 전략이 결정적이었다. BYD는 최초의 가솔린차(‘F3’)를 선보인 지 3년 만에(2008년) 중국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F3DM’)를 출시했다. 또 3년 뒤엔 순수 전기차(‘e6’)까지 내놓았다. 이후 6년간 BYD가 선보인 전기차는 버스·트럭 등을 포함해 총 6종에 달한다.
BYD는 “노 아웃소싱(no outsourcing·외주를 맡기지 않는 것)은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부품의 질을 보장하며, ‘큰 그림’을 그리는 단계에서 혁신적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 차종은 ‘수평적 통합(horizontal integration)’ 전략에 따른다. BYD 내부 용어로는 ‘7+4 전략’이다. ‘7’은 자가용·버스·택시·중형버스(코치)·화물차·쓰레기차·건설중기 등 자동차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7가지 분야다. 또 ‘4’는 전략적으로 전기차 확산을 노리는 분야다. 물류(지게차 등)·공항용(순환버스 등)·광산용(마인카트 등)·부두용(화물선적차 등) 차량이다. 결국 바퀴로 움직이는 거의 모든 영역에 전기차를 투입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술 혁신은 ‘542 전략(542 initiative)’의 결과물이다. BYD는 전기차 개발 초기부터 ▶시속 0㎞에서 100㎞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을 5초 이내로 끌어내리고 ▶다양한 차량 모드와 안정적인 주행력을 제공하는 강력한 4륜구동 전기차를 선보이며 ▶100㎞ 주행 시 연료를 2L 이하로 소비하는 차량을 만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즉 5는 차량 파워, 4는 차량 안전, 2는 연료 소비의 개발 목표였던 셈이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효율적인 차체와 전력 소비 시스템을 개발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1만2580개에 달하는 특허를 획득했다. 결국 왕촨푸(50) BYD 회장은 2014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당’을 출시하며 9년 만에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 ‘당’은 올해 1~9월 중국 전체 전기차 판매대수에서 단일 차종 기준 1위(2만4668대)를 기록한 차다. 524 전략은 BYD가 지향점을 설정하고 전력을 다해 성과를 일군 대표적 사례로 회자된다.
연구개발(R&D) 전략은 ‘인해전술’이다. 8월 현재 BYD 임직원(18만 명) 중 10% 정도가 R&D 인력(1만6000명)이다. 50년 업력의 현대·기아차 R&D 인력(1만 명)보다 6000여 명 많다.
BYD가 R&D에 초점을 맞추는 건 왕촨푸 회장 본인이 베이징유색금속연구원에서 배터리 화학을 연구하던 엔지니어였기 때문이다. 87년 중난대 야금물리화학과를 졸업하고 90년 베이징유색금속연구원에서 배터리 연구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연구원 산하 배터리 회사인 비거전지유한공사 대표를 거치기도 했다. 95년 외사촌 형에게서 250만 위안(4억3000만원)을 빌려 창업했던 BYD도 설립 초기에는 일개 배터리 생산 업체였다.
BYD 혁신의 ‘심장’ 격인 연구소는 크게 4개다. 97년 3월 개소한 BYD 중앙연구소는 BYD 전 부문의 기초연구소 격이다. 기초기술을 개발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찾는 전초 기지 역할을 한다. 2003년 왕촨푸 회장은 친촨(秦川)자동차를 인수하자마자 곧바로 자동차엔지니어링연구소를 설립했다. 자동차 디자인과 성능 테스트에 주력하는 이 연구소에서 BYD의 모든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다목적차량(MPV)이 탄생했다.
▶관련 기사 전기차 세계 20위 내 중국 업체 9개…치열한 국내 경쟁이 세계 1위 이끌어
2008년 12월 설립된 전기연구소는 에너지저장장치와 태양광에너지 등 신에너지 생산·발전을 연구한다. 깨끗하고 안전하며 효율이 높은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2014년에는 전기및특수차연구소를 신규 개설했다. 트럭이나 물류운송 차량, 공항·항구·광산에서 사용할 특수차는 일반 차량과 다소 다른 기술을 집중 연구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BYD는 “핵심 기술은 우리의 ‘진짜 자산’인 엔지니어가 내부(inhouse)에서 직접 개발했다”며 “R&D 인력이 3만 명을 돌파할 때까지 당분간 계속 인재를 영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전=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http://news.joins.com/article/20651581?cloc=joongang|home|newslist1#n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