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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성공 스토리 & 아이디어
15세 한인 소녀 칠전팔기 겪으며 '사장님' 됐다
2016.09.24 02:32
어린 매디슨이 기다리지 않고 리얼 월드에 뛰어들었던 이유는 함께 꿈을 꿨던 두살 아래 사촌동생 카일라(상단 왼쪽 사진의 오른쪽)가 지난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겨우 14세 소녀는 그래서 '시간'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카일라를 위해서 극복했다. 매디슨을 묵묵히 뒤에서 후원한 아버지 데이비드씨와 어머니 수잔씨(상단 오른쪽). 아래 사진은 매디슨의 스토어 '에포크스윔웨어닷컴'의 화면. |
패션 전자상거래 열어…친구들 모델 자원
모아 놓은 돈 '올인' 3가지 색상 600세트
수영복 안팎으로 뒤집어 입는 신제품 개발
프로페셔널한 디자인, 산뜻한 색감이 눈에 띄는 비키니 수영복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화면 너머에는 젊은 소녀들이 비키니를 입고 좋아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들은 친구인 매디슨을 위해서 모두 자진해서 모델로 나선 것이다.
한인 2세 매디슨 최(15)양은 LA한인타운 인근 말보로 스쿨 10학년이다. 아직도 부모 곁에서 응석이나 부려야 할 나이에 패션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시작했다.
"정말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날마다 밤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수백, 수천 장의 디자인을 그려보고 그것이 실제 옷으로 세상에 나오기를 꿈꿨습니다."
지난해 매디슨은 창업을 결심했다. 우선 가장 창업하기 쉬운 옷으로 수영복을 선택했다. 수개월간의 노력 끝에 디자인도 완성했다. "그런데 그 다음 단계에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지 못했던 거에요."
매디슨은 참지도, 기다리지도, 누군가 도와주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옷감을 찾으러 LA다운타운에 갔다. 거기서 디자인대로 옷을 만들어 주겠다는 사람도 만났다. 하지만 무려 6개월을 질질 끌다가 돈만 챙기고 연락을 끊었다.
아버지 데이비드 최씨는 "그런데 그게 어려움의 시작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의류 매뉴팩처를 선정해서 제작을 부탁했는데 매디슨이 만족할 만한 옷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며 "그런데 이렇게 몇 번 실패를 하다 보니 매디슨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기 시작하더라"고 말했다.
어렵게 만난 매뉴팩처가 기술이 부족해서였는지 타산이 안 맞았는지 형편없는 제품을 만들어줘 매디슨을 한번 더 실패하게 만들었다.
"퀄리티가 안 되는 거예요. 세계 최고의 옷을 만들어야 하는데 말예요."
그래도 낙망하지 않은 매디슨은 고품질의 옷을 만들어낼 매뉴팩처를 인터넷 리서치로 찾아 나섰다. 그리고 3개월을 돌아다녔다. 덕분에 품질도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다.
어머지 수잔 최씨는 "남편이나 저나 모두 종사하는 분야가 달라서 아무것도 도와줄 수가 없었다"며 "운전기사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매디슨은 그때까지 모은 수천 달러를 옷 만드는 데 쏟아부었다. 우선 2개의 디자인에 3가지 색상으로 600세트의 비키니를 만들기 위해서 '올인'한 것이다.
매디슨은 또한 웹사이트를 구축하기 위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다행히 판매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이트를 찾았기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제품을 찍는 사진 스킬을 익혀야 했다. 그의 창업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자원해서 모델로 나서주기 시작했다.
드디어 지난 4월 웹사이트(epochswimwear.com)을 시작했다. 누구든 자기 생애 신기원을 이룰 옷을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도메인 이름도 작명했다. 매디슨은 인스타그램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세대다. 페이스북도 이용했다. 젊은 소녀들을 주고객으로 한 비키니 수영복이기 때문에 프로페셔널 모델들이 아니었는데도 눈길을 끌었다. 모델로 나선 친구들, 그들의 친구들이 함께 입소문을 내주기 시작했다. 미 전역에서 알음알음 주문이 들어왔다. 그리고 봄 컬렉션을 마치고 여름 컬렉션을 내놨다.
특히, 비키니 수영복이 안팎으로 뒤집어 입을(reversible) 수 있다는 것과 비키니 윗도리(top)의 뒤쪽 끝이 매우 패셔너블하다는 것, 옷감이 최고라는 것이 입소문의 원동력이 됐다.
매디슨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대학입시다. 어린 탓에 SAT시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다행히 학교 공부도 매우 잘한다.
자신이 만족할 만한 최고의 옷을 만들어내는 세계 최고의 패션회사를 꿈꾸고 있지만,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할 생각은 없다. 수학과 과학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패션보다는 비즈니스나 마케팅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경험이 없어서, 시기가 안 맞아서, 돈이 없어서, 재능이 없어서 등은 말이 안 되는 거 같아요."
용기가 없어 '도망가는' 어른들에게 15살 소녀의 창업 분투기는, 세파에 짖눌려 가라앉은 열정을 끄집어 낸다.
장병희 기자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4622252